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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라보엠’ 공연포스터



     라보엠은 나에게 사랑과 소주인 오페라. 가진 것 없이 맨몸으로 사랑을 찾아 헤맬 때를 생각나게 한다. 한편으로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을 떠오르게 해서 소주를 떠오르게 한다.

     토요일 저녁에 공연을 보기로 했기 때문에, 차가 막힐 게 걱정되어 거의 네 시간 전부터 출발 준비를 했다. 정장과 넥타이를 꺼내고 입어보았다. 오랜만에 넥타이를 매려니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아 이리 풀었다가 저리 묶었다가 반복해서 겨우 옷을 차려입고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에 국립극장 주차장을 찍고 시계를 보니 공연 시작 세 시간 반 전이었다. 공연을 보며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기 위해 밥을 거의 안 먹었다. 약간 출출해서 과일 주스만 마시며 공연장에 갔다. 차도 많고 막히기도 했지만, 무사히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차분하게 국립극장을 돌아보며 사진도 촬영하고 카페에 앉아 책을 보며 공연을 기다렸다.

     로비에선 공연이 시작되기 삼십 분 정도 전부터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와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한 달 정도 남아 아직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절정으로 오르기 전인데 공연을 보러 온 많은 사람을 보니 조금씩 가슴이 설렜다. 미리 자리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를 둘러 보니 많은 사람이, 한양대학교 음대 졸업 공연으로 관람한 피가로의 결혼 때보다 단정하게 정장을 입고 와서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서곡을 들은 듯 만 듯 지나갔는데 어느새 1막을 시작했다(라보엠은 서곡이 없는 오페라다. 리포트 제출한 후에 교수님께서 알려주심). 네 명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끝나 미미가 불을 빌리러 들어올 때부터 계속 그대의 찬 손을 기다렸다. 애절한 느낌의 그대의 찬 손을 들으니, 내 이름은 미미로 두 사람의 사랑이 애틋하게 시작되는 걸 느꼈다. 사랑을 이제 시작할 때 느끼는 풋풋하고 순수한 감정이 이게 아닐까? 조건 없이 순수하게 빠져드는 사랑에 동화되어 같이 가슴이 떨렸다. 그러나 다락방이 무대인 1막에서 무대가 생각보다 화려해서 약간은 감정 이입이 잘 안 되는 걸 느꼈다.

     커튼이 잠시 닫히고 제2막이 열리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카페 모무스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서랍에 책을 진열해둔 것 같은 건물의 모습 같으면서 크리스마스를 앞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면 손을 꼭 잡고 보고 싶은 장면이다. 왁자지껄하게 모두가 약간은 흥분된 분위기, 새로운 사랑을 만날 것 같은 기분이다. 무제타가 알친도르와 나타났을 때, 무제타는 별로 안좋아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무제타의 왈츠에서는 약간 집중력이 떨어졌다. 너무 기회주의자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2막이 끝나고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시간이 빨리 간 느낌이었다.

     휴식시간이 지나고 3막이 오르자 다시금 탄성이 흘러나왔다. 무대에서 눈이 내리는 데 너무나도 아름답게 내리는 것이다. 데이트 중이라면 지금 당장 너무나도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아름다운 무대였다. 하지만 장면은 그렇지 못했다. 미미가 마르첼로를 찾아와 로돌프를 만나려다 좌절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슬펐기 때문이다. 3막 말미에 로돌프와 미미가 헤어지는 잘 있으오 내게 사랑을 일깨워준 그대여보다 여기 계시길 바랬어요로 시작하며 만남을 좌절하는 그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 사랑이 슬프게 흘러가는 이 장면부터 자꾸 몇 달 간 마시지 않은 소주의 입맛이 혀에서 감돌았다.

     마지막으로 4막에서 다시 다락방으로 돌아와 슬픔은 잊고 즐기던 네 사내에게 몸이 아픈 미미가 다시 찾아왔다. 4막에서 가장 절정의 슬픔은 외투의 노래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다 나가고 미미와 로돌프만 남았을 때 미미가 부르는 다들 떠났나요? 나는 잠자는 척을 했어요였다. 이게 미미와 로돌프의 마지막 대화가 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슬펐다.

     가난과 질병 때문에 죽음으로 갈라지는 미미와 로돌프를 보니 두어 달 입에 대지 않았던 씁쓸한 소주가 달게 느껴졌다. 공연을 다 보고 나니 슬픈 사랑 이야기에 씁쓸한 소주가 오히려 달게 느껴져서 친구와 소주를 걸쳤다. 혹시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라보엠을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한양대학교 송진미 교수님의 강의 쉽게 듣는 서양 오페라에서 제출한 리포트 일부.

제가 주목 했던 라보엠의 감상포인트는 볼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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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전하는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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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anbee 2015.03.06 0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소주와도 같은 라보엠. 어떤맛일까요. 다음번 공연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시면 또 다른 감동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