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제주도에 다녀왔다. 학회 때문에 일 년에 두어 번은 가지만, 갈 때마다 설렌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풍경과 맛있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제주에서 머무는 며칠 동안 절반은 비가 많이 와서 가보고자 했던 모든 곳을 가진 못했지만, 먹어보려고 했던 것은 다 먹었던 것 같다.

첫날 저녁은 숙소 근처 시장에서 회를 사다 먹기로 했다. 운전이 능숙한 사람은 나밖에 없기에 스타렉스에 열 명 가까운 사람을 다 태우고는 올레시장으로 갔다. 시장 이곳 저곳을 돌며 어묵도 먹고, 꼬치 같은 것도 먹으며 돌아다니다 가장 줄이긴 횟집을 찾아갔다. 우정회센타라는 곳인데 왠지 회 사러 온 사람은 전부 여기 있다 느껴질 정도로 줄이 길었다. 회를 주문하고 삼십 분 넘게 대기해서 겨우 회를 받아갔다. 기다리며 수족관에 물고기들이 싸우는 것도 보고, 모니터를 통해 직원들이 회 뜨는 모습도 생중계로 보고했지만 비행기 타고 와서 운전도 오래 하고 피곤해서 그런지 기다리는 게 피곤했다. 하지만 숙소 가서 회를 상에 풀고 나니 피로가 싹 가셨다. 회는 중자 세 개에 딱새우 10만원어치를 사니, 사장님이 꽁치 김밥 둘을 끼워주셨다. 여자 세 명, 남자 네 명이 먹기에 매우매우매우 부족한 양이었다. 나 혼자 먹으려면 중자 하나면 약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듯하다. 결국 제주에 와서 교촌치킨을 세 마리 추가로 시켜 먹었다. 다음에는 수량 계산을 잘 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1. 올레시장 우정회센타에서 회, 딱새우, 꽁치김밥

 

2. 꽁치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꽁치김밥

다음 날 학회장에 들렀다가 점심으로 고기 국수를 먹기로 했다. 후배 한 명이 제주에 가기 전부터 올래국수 노래를 불렀는데, 학회장과 멀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그냥 고기 국수 집으로 갔다. 국숫집 이름이 기억이 안 나지만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다. 여행객으로 보이진 않고, 그냥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온 걸로 보아 맛집으로 확신하고 고기 국수를 시켰다. 국물에 간이 세지 않은 점이 좋았다. 그리고 면발을 만들 때 계란을 많이 넣었던 것인지 면이 맛있었는데, 쫄깃해서 식감도 좋았다. 다만 함께 준 매운 고추를 때려 박았더니 그거 먹고 미각이 둔해져서 다 먹을 때쯤에는 맛을 즐기지 못했다. 

 

3. 학회장 근처에서 먹은 고기국수

숙소에서 일어나 학회장으로 가면, 아침을 거르고 가게 된다. 후배 한 명이 배가 너무 고프다길래 학회장 아래 음식점이 있는 곳에 갔다. 가보니 평일이라 그런지 카페랑 도넛 가게만 문을 열었다. 도넛을 사준다길래 내가 좋아하는 꽈배기를 골랐다. 설탕에 밀가루 조합이라 몸에는 안 좋지만 혀에는 좋다. 이놈의 꽈배기 급히 먹고 나니 역시 오전에 속이 매우 불편했다. 

4. 학회장 아래 던킨도너츠에서 먹은 꽈배기 

이날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서 제주도를 반바퀴 정도 돌기 위해 저지에 클릿 신발을 가져왔다. 하지만 제주에 온 첫날부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져 바로 예약 취소하고 마침 당일이 되니 해가 쨍쨍... 그냥 연구실 동료들과 맛난 것 먹자는 마음으로 제주시 근처로 가서 올래국수에 갔다. 약 20분 넘게 대기하고 국수를 먹는데, 반찬도 다 맛있고, 국물도 너무 맛있다. 원래 국수에 담긴 고기 건더기를 반찬과 나오는 쌈장같이 생긴 것에 찍어 먹는 것이지만 그것도 모르고 그냥 고추만 찍어 먹었다. 옆에서 올래국수 전문가가 어떻게 먹는지 잘 살피고 먹었어야 하는 데 아쉽다. 

 

5. 제주시 근처 올래국수

 

저녁 식사 전에 시간이 남아서 제주시로 넘어오다 보인 새별오름에 가기로 했다. 새별 오름 옆에 목장 같은 것이 있는데, 말이 여러 마리 있고, 그 옆에는 새별 카페가 있다. 원래 리조트 건물이었나 본데 그게 지금은 카페로 리모델링되어 있는 모양이다. 들어가니 처음 보는 다양한 국산 맥주 같은 것이 있고, 여러 제과가 있다. 오름에 가기 전에 탄수화물을 보충하고 일부는 카페에 남고, 다른 일부는 오름을 다녀왔다. 새별 오름은 시계 방향으로 오르고, 하산하다 보이는 왼쪽 언덕에 분화구가 있다. 그곳이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인데 나중에 알아서 가지 못했다. 

 

6. 새별오름 근처 새별카페

 

7. 새별카페의 여러 제과

제주하면 흑돼지, 흑돼지 하면 제주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은 다 맛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전경으로 복무한 친구가 돼지국밥을 추천해서 저녁으로 돼지국밥을 먹기로 했는데, 제주는 6시만 되면 돼지국밥집이 문을 다 닫는다. 오름에 들렀다가 카페에서 일하다 보니 이미 시간이 넘어서 그냥 동문시장에 열린 아무 식당에 가서 순대국밥을 먹었다. 식당이 허름하고, 할머니 혼자 주방을 보시는 곳이었다. 먹고 나서 함께 간 모두가 맛을 평가했는데, 순대국밥에 이것저것 다 때려 박아 먹으면 먹을 만한 맛이고, 그렇지 않으면 매우 안 좋음이었다. 제주시에서 저녁을 먹을 땐 일찍 가야 한다. 동문시장도 올레 시장보다 일찍 닫는 듯하다. 

 

8. 동문시장에서 아재들만 소화가능한 순대국밥

제주 ICC는 학회 여러 가지가 동시에 개최되기도 하고, 다양한 전시회나 행사가 함께 진행된다. 이번엔 제주푸드 쇼가 열렸다. 입장권을 구매해야 입장이 가능하지만 제주푸드 쇼 카톡 친구 추가를 하면, 경품도 공짜로 주고 입장도 공짜로 가능했다. 다양한 업체에서 여러 가지 음식, 건강제품을 팔았다. 이곳저곳 돌며 노니 샘플도 먹어보고, 보말죽이라는 것도 먹어보았다. 둘 다 거의 구매하고 싶었는데, 노니는 너무 비싸서 포기했고, 보말죽은 나중에 식당에서 먹어보자는 생각에 포기했다. 전시장 한쪽에 주류도 전시하고 있었다. 모두 시음이 가능했지만 취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정말 마셔보고 싶은 딱 한 가지만 마셔보았다. "동백꽃, 제주"라는 와인을 마셔보았다. 그냥 분홍색 소주 증류주라고 생각하며 마셨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와인이었다. 어쩐지 맛있더라. 심지어 제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인 제주 4.3 사건을 헌정하는 술이라 한다. 

9. 제주푸드 쇼에서 시음한 와인 "동백꽃, 제주"

마지막 밤엔 다시 한번 올레 시장에서 회를 사다 먹기로 했다. 회는 다양한 것이 섞여 있어야 맛있지만, 갈치 회와 고등어 회 마니아가 회를 골라왔기에 갈치, 고등어만 잔뜩 있는 회를 먹게 되었다. 회를 먹기 전에 저녁으로 흑돼지 무한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기에 기름에 기름을 먹어서 그런지 금세 질렸다. 

 

10. 갈치, 고등어 회 매니아가 고른 회

비행기 타고 돌아오는 날 점심은 올레 시장 근처에 있는 삼보식당에서 갈치회와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겉보기엔 허름해 보이는 곳이지만,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은 이유가 있다. 나오는 음식들 먹자마자 이게 바로 밥도둑이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름진 고등어구이에 살이 오동통한 갈치조림을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밥을 거의 두 공기 먹을 뻔했다. 극한의 인내심을 갖고 한 공기 반만 먹었다. 제주에 삼보식당이라는 곳이 여러 곳이 있는데 꼭 올레 시장 근처에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11. 올레시장 근처 삼보식당에서 고등어 구이
12. 올레시장 근처 삼보식당에서 갈치조림

비행기를 기다리며 파도 부서지는 곳을 볼 수 있는 카페도두에 갔다. 카페에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가 귀여움으로 우릴 반겼다. 이번에도 총무는 내가 맡았기에 남는 시간 동안 2층에서 이번에 사용한 금액을 정산하고, 조각 케이크랑 초콜릿이 들어간 음료를 마셨다. 치즈를 안 좋아 해서 조각 케이크든 그냥 케이크든 치즈케이크는 안 먹는 데, 이곳 치즈 조각 케이크는 맛이 좀 깊어서, 테이블에서 거의 포크로 칼싸움하며 케이크를 흡입했다. 

 

13. 공항근처 카페도두에서 조각케익

 

14. 공항근처 카페도두에서 초코라떼

사진으로 왜 안 찍었나 모르겠지만, 당연히 흑돼지도 정말 많이 먹었다. 답도 없이 죽도록 먹고 살만 찌면 안 되기에 첫날은 자기 전에 팔굽혀 펴기를 하고, 둘째 날은 국민체육센터에서 천 원 내고 풀업, 다음 날은 새별오름을 달려올랐다. 이곳저곳 여러 풍경도 보고 싶었지만 대부분 비가 와서 가보지 못해 아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한라산 등산이나 자전거타고 제주 반주로 몸이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길 기대했지만, 이 또한 이루지 못해 아쉽다.

Posted by 도전하는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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