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학교 자전거 파는 곳에서 12만 원짜리 이름 모를 자전거를 사서 이리저리 타고 다니다가, 작년에 로드 사이클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체력 관리에 좋다는 교수님의 추천도 있었고, 다른 교수님들, 일 잘하는 사람들 이야기 듣고 보니, 체력이 받쳐주어야 일도 잘하고 연구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다. 좀 더 본격적으로 타보려고, 국산 알루미늄 자전거를 구매하여 타기 시작했다. 국토종주를 다니고 싶었는 데, 따로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고민하던 중 뜻이 맞는 친구와 추석 동안 강남에서 속초로 자전거 라이딩을 가기로 했다. 추석 당일 오전에 강남구청으로 자가용에 자전거를 실어왔다.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 펑크나 물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무서웠기 때문에 이런저런 장비를 다 갖추고 한강으로 나왔다. 자전거 안장 가방에 자전거 수리 장비, 자전거용 져지 뒷주머니 세 곳에는 보조배터리와 슬리퍼도 넣어왔다. 그리고 자전거 탈 때 더욱 맛난 양갱을 여러 개 챙겼다.

 

[사진 1. 한강에서 자전거 출발]

평소에 안산천이나 화정천에서만 자전거를 타다, 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니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하남 스타필드까지 자전거 길을 따라 쭉 가다 북한강 자전거길로 오르고, 속초를 가기 위해 방향을 틀어서 강원도로 쭉 향해갔다. 내가 어느정도 강도로 자전거를 쭉 탈 수 있는지 몰랐지만, 겁도 없이 언덕이 나오면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 올라갔다. 이 당시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측정기는 심박계만 있었는데 이날 겁도 없이 최대 심박까지 써가면서 속도를 냈다. 약 80킬로를 넘게 탔을 때, 해가 약간 저물고, 함께 간 친구가 쥐가 날 것 같다 하여 근처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국도 주변에서 이제는 손님이 잘 찾지 않을 듯한 휴게소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휴게소가 있으니 식사는 저기서 가능하겠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근처에 식당이 있다는 숙소 주인의 말에 낚여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전거는 모텔 방에 넣어두고, 휴게소로 가보니 아차차...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았고, 휴게소 매점만 운영 중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휴게소에서 할머니가 컵라면, 핫바, 막걸리 등등을 계산하며 이런저런 게 맛있다고 추천하며 팔았지만 추천한 음식이 그다지 별로 였다. 뭘 먹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첫날 저녁은 대충 때웠다.

[사진 2. 휴게소 식당도 닫고 해서 휴게소에서 컵라면에 핫바만 먹은 첫날 저녁]
[사진 3. 이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이 생긴 잣막걸리]
[사진 4. 자전거 위에선 4시간 정도 보냈지만 밥먹고 쉰 시간을 합치면 훨씬 오래 걸렸다.]

첫날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니 어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날 막걸리와 맥주를 몇리터 마셨지만 별로 힘든 생각은 안 들었다. 설레는 마음과 긴장 때문인 듯하다. 첫날 저녁 식사를 제대로 못한 점이 아쉬워 출발하고 언덕 하나 넘겨서 보인 고깃집에 들어가서 갈비로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 어제 저 언덕 하나만 더 넘었으면 이걸 먹고 자는 거였는데 하는 점이 아쉬웠다.

[사진 5. 갈비로 시작하는 상쾌한 아침]
[사진 6. 강원도에서 먹는 갈비라 더 맛있다.]

둘째 날은 자전거 길은 하나도 타지 못하고, 계속 국도를 쭉 따라갔다. 국도를 쭉 따라가다보면 언덕이 정말 많아도 너무 많다. 이 때는 페이스 조절이나 체력 조절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언덕이 보이면 체력을 최대한 짜내서 올라가고, 다 오르면 내려가면서 쉰다는 생각으로 갔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목적지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내리막에서는 시속 55킬로미터 까지 밟고, 내리막이 끝나면 그 탄력으로 최대한 올랐다. 길을 잘 몰라서 왠지 다른 사람들은 안 갈듯한 시골도 지나고, 그러다 보니 맑은 시냇물 흐르는 곳도 발견하고, 그래서 거기서 멈춰서 물에 들어가 발을 식혔다. 이곳의 자연은 정말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하늘도 맑고 시냇물도 시원하니 자전거 타며 쌓인 피로가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시골길을 지나면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어린아이들이 웬 손님이 오랜만에 온건가 하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나와 친구를 빤히 쳐다보았다.

[사진 7. 다리 아래 맑은 물이 흐르길래 멈추었다.]
[사진 8. 자전거 내팽겨쳐두고 겉옷 훌렁 벗고 친구와 물에 들어갔다.]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저런 농산물 파는 곳이 많다. 친구가 감자떡이라는 것이 정말 맛있다고 무조건 먹어야 한다 해서 잠시 멈추었다. 감자떡을 파는 아주머니는 어디론가 학교를 보내 놓은 자녀와 통화를 하며, 아마 용돈을 얼마 보내주겠다 하신다. 부모님이 생각나며 많이 팔아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싸갈 수 있는 손이 없기에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양만 샀다. 떡이라면 쫄깃한 식감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감자떡은 쫄깃함 보다는 탱글탱글 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녹두묵(청포묵)과 젤리의 중간 느낌의 식감이었다. 자전거 타며 에너지를 많이 썼기에 이걸 먹고 힘을 보충하자는 생각에 친구와 감자떡을 나누어 먹었다. 하지만 먹고 나서 자전거를 타니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되었다. 맛은 있지만 자전거를 격렬하게 타며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올해 강원도에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 데, 깜빡하고 닭갈비만 먹고 온 것이 아쉽다. 강원도에는 이런저런 맛있는 게 너무 많다. 다음 방문 때는 미리 목록을 만들어두고 가야겠다.

[사진 9. 길가다 발견한 감자떡. 파는 아주머니는 어딘가로 유학 가 있는 자식에게 돈을 부쳐준다는 통화를 하고 게셨다.]
[사진 10. 이렇게 생긴 국도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갔다.]

속초로 가는 길엔 언덕도 많았지만 터널도 정말 많았다. 자전차도 차라고는 하지만 차가 쌩쌩 달리는 터널을 나도 함께 달리고 싶진 않았다. 한낮에도 후방 라이트 한 번 안 끄고 달렸지만,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차 때문에 겁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인제로 가는 길에 자전거는 통과 못 하는 터널이 있었다. 친절하게 우회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터널은 산을 통과해서 가는 것이지만 그 우회도로는 산을 넘어서 가는 것이다. 이 당시 타던 자전거가 기어비를 아무리 낮추어도 언덕을 앉아서 올라갈 순 없었다. 자전거 안장에서 일어서서 번갈아가며 페달을 밟으니 대퇴사두가 폭발할 것 같은 느낌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올라가고 싶진 않았기에 멈추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클릿 신발 신고 아스팔트 언덕을 걸어올라 가면 더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 자신과의 자존심 싸움이랄까. ㅎㅎ 스쿼트, 레그 프레스 하던 생각을 하며 열심히 밟아서 겨우 정상까지 올랐다. 이게 둘째 날 라이딩 중에 가장 힘든 때였다.

[사진 11. 자전거가 갈 수 없는 터널은 우회 도로로 가야만 했다.]
[사진 12. 인정 사정 없는 언덕 오르기 전 휴식]
[사진 13. 터널을 우회하려다 끊긴 길로 가는 우여곡절 끝에 둘째날 80키로에 못미치는 거리를 달렸다.]

둘째 날은 첫째 날 보다 언덕도 많고, 터널을 우회하려다가 길이 끊긴 곳에서 헤매며 돌아가는 등의 일이 있어 시간도 오래걸렸고, 더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드디어 미시령을 넘어가기로 한 날이다. 안산에서만 자전거를 어슬렁 거리며 타 왔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이정도 난이도 언덕은 올라본 적이 없었다. 과연 얼마나 힘이 들지 기대되고 겁이 났다. 평소에 다리 운동도 열심히 했는 데 설마 내가 자전거를 질질 끌고 그곳을 오를리는 없겠지 하면서 말이다.

[사진 14. 접경권 평화누리길도 언젠간 타러 와야겠다는 다짐(MTB자전거로...)]
[사진 15. 국도를 따라 언덕을 오르다보면 있는 설악 휴게소]

미시령에 가까워오자 강원도의 자연 경관이 더욱 아름답다는 걸 실감하였다. 가을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날도 맑고, 차가 별로 없는 국도를 달리다 보니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 생활에 지친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자전거로 가는 둥 마는 둥 하며 아름다운 곳이 보일 때마다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친구는 고프로로 영상을 찍어가며 이동했다.

[사진 16. 강원도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한산한 길을 라이딩 할 수 있다.]
[사진 17. 아름다운 이곳을 사진에 잘 담지 못해 아쉽다.]

잠시나마 미시령을 통과해서 갈지, 한계령을 통과해서 갈지 친구와 논의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결과 한계령으로 가면 내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난이도가 덜 한 미시령으로 쭉 가기로 했다. 진부령과 미시령의 갈림길에 아름다운 폭포가 떨어지는 곳이 있길래 역시 사진을 남기고, 근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천천히 음료를 마시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카페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저 폭포는 인공 폭포란다. 모터를 돌려 폭포수를 만드는 곳인가 보다. 하지만 강원도라서 이것도 더 특별하고 더 아름답게 느꼈다. 이곳에서는 나와 친구 외에도 많은 관광객이 멈추어 사진을 찍고 갔다.

[사진 18. 미시령을 오르기 전 볼 수 있는 인공 폭포]
[사진 19. 저 갈림길만 지나면 미시령이 보일 듯 하다. 최대한 쉬어주기로 했다.]

가는 길에 한용운을 기리는 만해 마을을 지나고, 여러 펜션이 밀집한 곳도 지났다. 그리고 황태 말리는 창고인지 공장인지 뭔가가 여럿 보이는 마을을 지나 드디어 미시령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 까지는 자전거 기어비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고, 파워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이, 속도계와 케이던스, 심박계만 측정하며 다녔기에 내가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다.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케이던스 90 정도에 맞추어 페달을 굴리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효율적인 자전거 타는 방법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다. 그렇다면 언덕에서도 되도록 90 RPM으로 페달을 굴려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전혀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는 몰랐다. 당시에 내 자전거는 앞쪽 작은 기어 톱니가 34개, 뒤쪽은 제일 큰 게 28개였다. 34/28=1.21 기어비 상태에서 물통 두 개에 힙색을 매고, 슬리퍼에 보조 배터리 같은 걸 등에 넣은 상태에서 체중도 많이 나가다 보니 힘 좀 덜 들이며 천천히 굴리면 아예 앞으로 나가질 않고, 그렇다고 안장에서 엉덩이 떼고 서서 페달을 밟으려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평소에 언덕(이라기보다는 과속 방지턱 수준)은 얼른 뒤지게 페달 밟아 넘어가 버리고, 내리막에서 쉬면 되는 것이지만 수 킬로미터 이상의 길이 언덕에서는 그게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오르다 쉬면서 심박 낮추 고를 반복하였다. 그러다가 이러면 영원히 정상에 도착 못하고 답이 없겠다 싶어 자전거를 질질 끌고 올랐다.

[사진 20. 본격적으로 미시령을 오르니 죽을맛이다.]
[사진 21. 미시령 오르며 도저히 힘들어 몇번을 쉬었다.]
[사진 22. 클릿 다 갉아먹어가며 자전거 끌고 오르다 보니 정상에 거의 도착]
[사진 23. 산 위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날씨가 좋다. 아름다운 언덕이다. 자전거로 오를 때 빼곤...]

정상에 오르니 반대편에서 산악자전거를 차에 실어 올라오신 어르신들이 보였다. 친구와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는 모습을 못보신 모양인지 로드 자전거는 여길 타고 올라올 수 있냐며 한참 놀라워하셨다. 자전거 끌고 오느라 클릿이 다 닳아버렸는데... 아무튼 정상에서 친구와 기념사진을 여럿 찍으며 언덕을 쌩쌩 내려갔다. 정말 한참을 내려갔다. 길바닥에는 자전거 우선 도로라는 말이 적혀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경사도 세고 커브길도 많아서 브레이크를 신나게 쥐어가며 내려갔다. 자전거 성능이 낮다 보니 브레이크도 쭉쭉 밀리는 느낌이라 내리막이 무서웠다.

[사진 24. 언덕을 한참 내려와 도착한 순두부 맛집]
[사진 25. 한국인의 입맛에 딱인 맛난 순두부찌개]

드디어 속초 시내에 도착하여 먼저 순두부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온천에 가서 피로를 풀어주었다. 올해 스파르탄 레이스, 10키로 런, 5킬로 런 대회와 그란폰도를 하나 다녀오며 내린 결론인 데, 그 당시에는 힘들어도 목표 달성만 하면 힘든 걸 바로 잊어버린다. 이 날도 역시 언덕 오르며 힘들어 뒤지는 줄 알았는 데, 순두부 집에서 맛난 음식 먹고 온천에서 쉬고 있으니 힘든 건 다 잊어버리고 성취감만 매우 크게 남았다. 마지막으로 회에 다가 소주 몇 잔 즐기고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실어 서울로 복귀했다.

[사진 26. 뜨거운 물을 실어하지만 이 날 만큼은 온천에 들어가 피로를 녹이며 즐겼다.]
[사진 27. 추석 마지막 날 계획대로 속초에 도착 완료]
[사진 28. 마지막으로 버스 타기 전 회를 한 접시 먹었다.]

강원도는 맛난 음식도 많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도 많으며, 내가 좋아하는 여러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예를 들어 날이 좋을 땐, 자전거나 달리기를 할 수 있고, 겨울에는 대형 스키장이 있어서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종종 강원도에 가서 살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언제 또 자전거를 타고 여길 갈 수 있을지 그 날만 기대하며 라이딩 일지를 마친다.

Posted by 도전하는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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