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국민학교 입학 전, 병설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에 우리집은 차 대신에 씨티백이 있었다. 그 때는 몸이 작아서 핸들과 운전자 안장 사이에 부품 수납함 처럼 생긴 안장에 앉아서 아버지와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백미러에 손을 올리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기분도 느꼈다. 그 때는 헬멧, 선크림, 선글라서, 마스크 아무것도 없었다. 얼굴이 까맣게 타고 전형적인 시골 아이 모습으로. 그래도 괜찮았다.

 

스무살이 되었을 때, 남들처럼 나도 그냥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해서 면허를 따게 되었다. 차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내가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바이크. 아르바이트 하며 모은 돈으로, 바이크마트를 눈팅하며 고른 엑시브를 겁도 없이 그냥 화물 거래로 구매했다. 물론 선입금 없이, 바이크 상태 확인 후 화물기사에게 금액 전달 조건이다. 야무다 카울이 유행했지만 내 엑시브는 흰색 순정 카울 그대로에 핸들도 네이키드 처럼 편한 형상이었다.

 

두 달 동안 2,000 km 를 타며,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에 전국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안산에서 광주를 두 번 갔다. 광주에서 해남 땅끝도 다녀오고 재미있게 탔다. 하지만, 우회전 신호 받고 한 번 넘어지는 사고도 내고, 빗길 우회전 코너에서 뒷바퀴가 털리는 경험, 최대한 늦게 브레이크를 잡는 위험 천만한 행동을 일삼는 내 모습을 보며, 객관적으로 나는 바이크를 타면 안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몇일에 한 번씩 밤바리로 가던 바이크 센터에서 뵙던 분이 사고로 돌아가신 소식도 들으니 더더욱 바이크 타고 싶은 생각이 싹 수그러 들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당시 오토바이 지식이 전혀 없어서, 바이크를 조지며 탔더니 엔진이 망가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올 해, 자동차 운전 경력 10년을 맞이해서 앞으로 바이크를 다시 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떤 것이 방어운전인지, 어떤 행동이 도로에서 위험한 행동인지 몸으로 익혀왔으나 바이크 운전 방법은 자동차와는 많이 다르다. 한 15년 전쯤엔 라이딩 스쿨이 전무했던 것 같은데 약 5년 정도 전 부터 전국에 라이딩 스쿨이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라이딩 스쿨에 등록했다. 추가로 바이크 자체에 관한 이론 지식을 더 습득하고자 도서관에서 책을 세 권 빌렸다.

 

2. 본문

 

가독성과 내용의 충실함,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순서로 책을 나열하면,

 

1. 현종화 (2016), 초보자를 위한 모터사이클 입문, 미래라이프 

2. 리 파크스 저, 김희주 역 (2016), 토탈 컨트롤, 비즈앤비즈

3. 마크 린데만 저, 신동헌 역 (2015), 모터사이클 바이블, 싸이프레스 

 

"초보자를 위한 모터사이클 입문"은 제목에 입문이 들어있는 것 처럼 입문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상세하게 서술해두었다. 어느 브랜드의 모터사이클을 고를지도 알려주고, 심지어 모터사이클을 타기 위해 먼저 가족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바이크를 다루기 위한 기술에 관해서도 컬러로 된 사진과 함께 상세히 설명을 해준다. 이미 모터사이클에 입문해서 충분히 운전을 많이 했다 해도, 라이딩 테크닉 부분은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당연히 글과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 느낄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저자의 유투브 채널 "현종화오토바이TV"(www.youtube.com/user/hyunseungman)를 시청하자. 책 마지막에는 투어 코스 몇 곳도 추천해준다. 바로 이 점이 위 목록의 다른 책과 달리 특히 감동적인 부분이다. 바이크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은, 특히 수도권 사람이라면, 주로 동쪽을 향해 강원도로 많이 간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서쪽으로 가는 코스도 추천해준다. 스무살 때, 엑시브를 타고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처음으로 갔던 그 코스를 지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게 바로 나를 추억에 잠기게 한다.

 

"토탈 컨트롤"의 부제는 "바이크 라이딩 기본부터 레이스 테크닉까지"다. 부제를 보면 감이 잡히겠지만, 이 책은 입문서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바이크 운전이 가능한 사람과 레이싱 운전 테크닉을 가진 사람의 중간쯤이 타겟으로 되어 있다. 앞서 설명한 책도 그렇지만, 운전 테크닉만 가르치는 책은 아니고, 바이크 구성 요소와 바이크 출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상세히 다룬다. 그리고, 쇼바 세팅에 관한 팁도 준다. 저자가 레이싱 대회 다수 참여경력이 있고, 대회에서 포디움에 오른 경력까지 있는 실력자라서 그런지, 대회용 바이크 세팅 방법에 관해서 상당히 상세한 팁이 많다. 다만 아메리칸이 쓴 책들이 종종 그런데, 오리엔탈리즘적인 마음수련 방법 같은 챕터는 영 읽기가 싫었다. 내가 만약 미국에서 살고 있다면, 꼭 저자가 운영하는 곳에 가서 라이딩 테크닉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드는 책이다.

 

"모터사이클 바이블"은 미국 케이브맨이나 레드넥들이 읽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내가 읽기에는 전혀 별로인 책이다. 우리말로 더빙 된 외화를 보면, 한국인은 전혀 쓰지 않는 표현이나 맥락상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반응을 우리말로 들었을 때,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크게 드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하지만, 영화는 반드시 더빙판도 있어야 함). 또한 제목의 바이블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내용은 백화점에서 이것 저것 볼만한 것 나열해둔 수준의 책이다. 한 쪽 또는 두 쪽에 걸쳐서 한 가지 주제를 간단히 나열해둔 느낌이다. 위에서 다룬 두 책이 온라인 강의에 등록해서 한 학기, 15주 동안 체계적으로 수업을 듣는 느낌이라면, 이 책은 그냥 심심할 때 유투브 켜서 5분 또는 10분 짜리 흥미 자극하는 영상을 보는 느낌이 든다.

 

3. 결론

 

위 책 중에만 고른다면, 1번과 2번 두 책만 보면 된다. 그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1번 현종화의 "초보자를 위한 모터사이클 입문"을 고르면 되겠다. 시간이 된다면 유투브 채널에서 볼만한 내용을 골라 보면 도움이 될듯하다.

 

그래서 나는 무슨 종류의 바이크를 구매했는가?

바이크 구매 전에는 수퍼 모타드를 가지고 토크로 엔진 조지면서 타고 싶었다. 공터에서 윌리(wheelie)나 잭나이프(stoppie)를 하며 놀고 싶지만, 장거리 저속 투어를 하기에는 기름 탱크 용량이 적고, 바람을 다 맞으면서 가야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네이키드 바이크의 경우 자세가 편하지만, 장거리를 엑시브로 다니며 느낀점은 장시간 주행풍은 사람 미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당숙께서는 오랜 기간 아메리칸 바이크를 타시지만, 나에게 이런 바이크는 아직 너무 아저씨 바이크로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 스포츠 바이크 중에서 포지션이 편한 차를 파쏘에서 중고 구매했다. 자가용 1년 적산 거리 3천킬로 미터 정도 될까 말까한 내가 과연 바이크는 얼마나 탈지 봐야겠다.

Posted by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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