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사람에 따라서 백신 접종 후 아무 느낌이 없을 수 있음
  • 노쇼 백신을 맞기 위해서는 병원에 전화 돌려서 예약하는 것이 가장 확실

 

7월 중에 미국으로 출국하여 반년 정도 지내게 되어 코로나 백신을 미리 맞고 가기로 했다. 물론 미국의료보험이 있건 없건 미국에서도 코로나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생기면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리 맞고 가기로 한 것이다.

 

5월 중순, 출국이 두 달이 안남았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야했다. 구글에서 노쇼백신을 검색해보니 "팜뉴스" 에 신용수 기자가 병원에 일일히 전화를 걸어 백신을 맞은 후기가 있었다. 나도 같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지금은(5월 중순 당시) 접종 대상자만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들어가서 병원 명단을 확인해야 했다. 안산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또는 할 예정인) 병원 명단은 안산시 홈페이지에서 상록수 보건소에서 다운로드하였다. 명단은 아래 링크에 들어가면 엑셀 첨부파일에 정리되어 있다.

 

https://ansan.go.kr/snshealth/selectBbsNttView.do?key=1682&bbsNo=274&nttNo=1544977&searchCtgry=&searchCnd=all&searchKrwd=&pageIndex=8&integrDeptCode= 

 

공지사항 - 열린광장 - 상록수보건소

내용 코로나19 백신 5~6월 접종대상자 안내사항입니다. ○접종장소: 대상자별 거주지 관할 위탁의료기관(건강보험 가입자 및 의료급여수급권자) *불법체류자 등 건강보험 미가입자는 보건소에서

ansan.go.kr

 

코로나 지정 의료기관이 상록구에는 약 70여곳, 단원구에는 약 100여 곳이 있다.

 

"안녕하세요. 혹시 코로나 백신 대기 명단 받으시나요?"

 

거의 로봇처럼 이틀에 걸쳐서 상록구에 있는 지정병원에 한 곳도 빠짐 없이 전화했다. 총 68곳에 전화하니 나를 명단에 올려주는 곳이 35곳이었다. 이번 예방접종은 아스트라제네카만 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내 나이가 30살 이상인지 물어보았다. 예순여덟 곳에 전화를 다 돌리는데 총 네다섯 시간 정도 쓴 것 같다.

 

예방접종이 5월 27일 부터 진행된다. 약 2-3일 전부터 병원 세 곳에서 전화가 왔다. 그중에 가장 빠르게 맞을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아스트라제네카 앰플을 따면, 총 몇 회 접종 분량이 나오는데, 당일 접종대상자들로 모두 소진하지 않으면 몇 시간 후엔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버려질 것으로 확실한 분량이 나에게 접종 기회로 온 것이다.

 

예방 접종 몇일 전 이미 동일한 백신을 맞은 동생에게 정보를 구했다. 동생은 주사를 맞고 약 12시간 후 열이 나서 해열제를 2알 먹었으며, 다음 날 (접종 36시간 후)에도 열이 나서 해열제를 4알 먹었다고 한다. 해열제 같은 거 필요 없다 생각했지만 가족들의 조언으로 해열제를 구비했다. 또한 구글에 astrazeneca covid vaccine side effects 를 검색해서 정보를 좀 찾아보았다. 일반적으로 나타날 법한 부작용은 그냥 해열제로 넘기거나 집에서 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부작용은 다 제끼고, 가장 걱정되는 thrombosis (혈전증)을 키워드로 넣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결론은 혈전증은 1백만 명 중에 3-4명 정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이 거의 8백만 분의 1이니깐 몇 배 차이 나긴 해도, 혈전증 생기는 건 거의 로또랑 비슷하다 생각하며, 이 부작용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백신을 맞기 전 날 술을 마시기로 해놔서 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관관계에 대한 게 있나 좀 찾아보았다. 영국의 The Independent 기사를 보니 영국 정부는 백신 맞기 전 후 그냥 평소 살던 대로 살아도 된다고 하는 것이다. 술 좋아하는 영국에서 이미 2천5백만 명이 맞아주었기 때문에, 나도 그냥 내 살던 대로 살기로 했다. 술은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하는 데, 몇 주 전에 잡아둔 약속을 깨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접종 하루 전 날 맥주를 2리터 정도 마시고, 새벽에 잠을 설쳐서 2-3시간 만 자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니 먼저 혈압 체크를 했다. 헐레벌떡 뛰어와서 그런지 혈압이 높다고 하길래, 의자에 5분 정도 앉아 있다 다시 쟀더니 정상 혈압이 나왔다. 주사를 맞기 전, 의사의 몇 가지 설명이 이어졌다. 위급상황 발생 시 고려대 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것, 접종 후 15분 앉아 있다 갈 것, 그리고 샤워는 내일 하라는 것이었다. 주사를 맞으면 맞은 부위가 많이 아플 수 있다고 하길래 겁이 좀 났지만 막상 맞고 나니 별 느낌이 없었다. 의사와 간호사의 주의대로 15분 앉아서 유튜브 보며 시간이나 때웠다. 혹시 몰라서 병원 옆 약국에서 좀 정밀한 체온계가 있는지 물어봐서 그걸 하나 사 왔다. 그리고 곧바로 연구실로 출근했다.

 

5월 27일 목요일, 백신 접종 후 날짜별 내 몸에 나타난 특이 반응은 다음과 같다.

 

27일 목요일 첫날, 접종 후 아무일도 없음

28일 금요일 둘째날, 아침 일어나 보니 주사 맞은 곳에 근육통이 좀 있다. 헬스하고 난 다음 느껴지는 근육통이 주사 맞은 딱 그 부위에서만 느껴진다. 근데 너무 미미하다. 평소에 살던 대로 살고 내 할 일 다 했다.

29일 토요일 셋째날, 백신 맞은 거 까먹고 지냈다.

 

예방 접종을 마친 사람은 휴대폰에서 쿠브(COOV)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면 아래 사진과 같은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백신을 맞은 첫째 날과 둘째 날에 걸쳐서, 병원 35곳 중에서 24곳으로부터 코로나 백신을 맞춰준다는 전화가 왔다. 바빠서 못 받은 두 곳 정도 빼고 나머지 모두 전화로 "다른 병원에서 백신을 맞았습니다."라고 전했다. 나 말고 백신을 맞고 싶었던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얼른 돌아갔으면 했다(6월 초 까지 해서 추가로 전화온 곳을 합하면 거의 모든 병원에서 백신을 맞춰준다고 연락이 옴).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4-12주 후에 가능하다던 데, 되도록 미국 출국 전에 2차 접종도 끝내고 가고 싶다.

 

백신 접종 후 내 몸이 이 정도로 아무 느낌이 없을 줄은 몰랐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 미국에서도 기회가 난다면 다른 종류의 백신을 맞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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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후기

 

나와 함께 술을 마시고, 나 보다 하루 다음 날 백신을 맞은 후배는 접종 후 24시간 동안 38도 까지 열이 나서 고생을 했다고 한다. 5월 30일에 뵌 어르신 한 분도 노쇼백신을 맞고, 그 다음날 나와 함께 신나게 운동을 했는데, 쌩쌩하니 아무런 증상이 없으셨다. 추측컨데 내 몸이 얼마나 산전수전 다 겪어봤냐에 따라 접종 후 증상이 달라지지 않나 싶다. 어릴 때 시골 살며 흙도 퍼먹고, 몸이 이것저것 많이 겪어봐서 이런 듯 하다.

 

다음글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코로나 백신 섞어 맞은 후기 (미국에서) 에서 이어집니다.

Posted by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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