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중순, 제주도에서 열리는 그란폰도를 다녀왔다. 로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고, 100 킬로 미터 넘는 구간을 몇 번 타보고 자신감이 생겨서 그란폰도에 참여하기로 했다. 마침 그란폰도가 업힐이 전혀 없는 구간에서 개최되어 친구와 부담 없이 참여하기로 했다.

 

대회는 토요일 아침 8시에 시작이다. 그래서 전날 미리 제주로 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간 쪼개기가 힘들었기에 목포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가기로 했다.

 

<제주로 가는 씨월드고속훼리 싼타루치노호>

친구가 일이 있어 배가 출발하는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했다. 위 사진에서는 배가 별로 보이지만 4-5층 건물 높이로 느껴졌다.

 

<열심히 배에 오르는 길. 이걸 보면 대충 배 크기가 감이 잡힐 듯 하다.>
<자전거는 미리 화물칸에 맡긴다. 그란폰도 참여자들이 많은 듯 하다.>

자전거는 자동차가 실리는 곳 한 켠에 보관하였다. 별 일 없겠지만 혹시 몰라서, 친구 자전거와 내 자전거를 자물쇠로 묶어서 보관했다. 가는 동안 간단히 저녁 식사와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식판 하나에 반찬 몇 가지와 공기밥을 각각 챙겼다. 가격은 반찬 각각 마다 매겨지게 된다. 그래서 먹성에 따라 알뜰하게 식사가 가능하다.

<반찬 각각 마다 계산 된다.>

다음 날 100킬로 미터 이상을 달려야 하지만, 좀 이따 잠에 들어야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양을 먹진 않았다. 다인실을 예약해서 갔지만 스위트룸 같은 걸 예약하지 않은 이상 모든 사람이 좁은 곳에 낑겨서 가야하기 때문에 내가 예약한 방에서 누워서 갈 순 없었다. 그래서 오락실 쪽에 가서 대충 돗자리 같은 걸 깔고 바닥에 누워 자며 갔다. 나와 친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간만 있으면 대충 누워서 자며 가는 분위기였다.

 

도착 쯤 해서 방송 같은 게 흘러나왔던거 같다. 내리려는 사람들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는데, 자전거를 맡긴 사람은 따로 화물칸으로 먼저 이동하였기 때문에 줄을 서진 않았다. 대회장 큰처로 자전거로 이동하였다. 약 5-10킬로 미터 정도 이동했던 것 같다. 근처 공용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에서 식사를 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대충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떼웠다. 편의점 앞에 길고양이가 한 마리 있는 데 너무 귀여워서 친구가 참치캔을 하나 사주었다. 가까이가서 쓰다듬고 해도 도망가지 않는 걸 보면, 사람 손을 많이 탄 것 같았다.

<편의점 테이블을 지키는 길고양이>

대회장에 거의 가장 먼저 도착한 편이어서 휑했다. 잠시 기다렸다가 각종 물품과 배번을 받고, 옷에 장착한 다음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축하 공연인지 기예단이 곡예를 펼쳤다. 20대로 보이는 청년 둘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으로 보이는 애들 셋으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아크로바틱을 보며 시간을 떼웠다.>

물통에 물도 적당히 채웠고, 출발 전에 몸도 비우고 준비를 하였다. 경쟁을 위해 간 것이 아니라 별 탈 없이 코스를 완주할 목적으로 갔기 때문에 달리는 중간 중간 풍경을 마음껏 즐겼다.

<아름다운 제주 해안길>

많은 경찰관이 도로를 통제하고, 안전하게 제주 해안도로를 달리게 될 줄이야. 출발하기 전 구름이 진했는데, 달리며 하늘이 맑아지니 너무 아름다웠다. 10월 중순 날도 좋고 지금까지 자전거로 달린 경험 중에 최고였다.

<코스 중간 쉬는 곳에서 모래사장>

중간 중간 보급 삼아서 간식도 잘 나오고, 점심으로 나온 식사도 참 맛있었다. 어묵이랑 도시락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진첩을 보니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사진을 안찍었나 보다. 2019년도에 주 당 12 시간 정도 운동에 쏟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100킬로 미터가 넘는 거리를 달려도 힘든 느낌은 별로 없었다. 오르막 길에서 경찰 아저씨들이 교통 통제하는 와중에 나를 보며 힘내라는 응원을 해주었는데, 그 때문인듯도 하다.

<완주 메달 획득!>

구간을 모두 달리고 완주 메달을 받았다. 경품 행사가 있어서 잠시 기다렸는데 나에게 행운이 오진 않았다. 곧 근처 숙소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달리는 동안은 크게 힘든 걸 못 느꼈는데, 숙소에서 한 번 씻고 나오니 좀 지치는 느낌은 들었다. 그래도 제주에 왔으니 회는 빼먹을 수 없지. 그래서 버스로 회를 먹으러 이동하였다.

<사진으로 봐도 군침이 줄줄 흐른다.>

시장에 가서 회를 골라서 먹고 가기로 했다. 제주에 왔으니 딱새우와 방어, 갈치, 고등어 이렇게 골랐다. 그리고 한라산을 한 잔 걸쳤다. 크~~

<딱새우, 대방어, 갈치, 고등어 침이 줄줄...>
<회는 꼭 술과 함께 크으~~~>

다시 숙소로 돌아가 하룻밤을 지내고, 일요일 아침 고기국수를 먹으러 나왔다. 여름에 올레국수집을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삼무국수집이라는 곳을 갔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많은 유명인이 다녀갔던 집이다. 전 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서 그런지 후다닥 맛나게 먹고 나왔다.

<삼무국수집에서 한그릇>

다시 여객선을 타러 자전거를 돌려세웠다.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근처에서 용두암이나 한 번 보고 가기로 했다. 제주도를 2016년 부터 연 1-2회를 오는 데 이곳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제주에 몇 년 지낸 친구 말로는 그다지 볼게 없다 했지만 관광객이 꽤 많았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그곳으로 향하는 게 너무 상쾌했다.

<용두암. 철새가 다녀간 흔적이 보인다.>

용두암이 아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웅장해보이지만, 전망대 위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시간이 다 되어 다시 여객선으로 돌아왔다. 가는 동안 야외에서 모델 수업을 받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였다.

<되돌아 가는 동안 비슷한 식사>

나는 칭따오 중독자였기 때문에 식사를 하며 맥주를 두 캔 깠다. 친구는 피곤하다며 잠시 자러 갔고, 나는 식당에서 과자 봉지 하나 뜯어놓고, 칭따오를 두 캔 더 사다가 노트북으로 코딩을 하며 갔다. 도착은 저녁 쯤이 될 텐데, 창문 밖으로 바다 위로 해가 지는 걸 보며 갔다. 목포에 도착해서는 장터본점이라는 곳을 찾아가서 꽃게살을 2인분 시켜 먹었다. 대기 시간 까지 걸어가며 먹었는데 친구는 꽤 실망한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냥 맛나게 뚝딱 한 공기 해치웠다.

<꽃게살 2인분 이지만 남자 두명이 먹기엔 양이 부족한 느낌>

요즘도 간혹 가다 제주에서 자전거를 탔던 때를 생각한다. 영상도 더 많이 사진도 더 많이 찍어올 껄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에서 차량 통제를 받으며 자전거를 신나게 탈 기회가 또 언제 올지 궁금하다.

Posted by 도전하는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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