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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여행 시리즈 다른 글 - 올랜도에서 놀이공원 후기

 

미국에 지내는 반년 동안 내 돈 내고 사먹은 외식 횟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타코 집에서, 그리고 데이트 할 때, 브런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미국 외식 물가는 매우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체감상 한국 두배 이상은 된다. 심지어 음식 대부분이 입맛에 안맞아서 힘들었다. 그래서 매번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다가 플로리다 여행을 하며 먹은 음식이 정말 맛있었기에 기록으로 남겨본다.

 

플로리다는 총 8박 9일로 다녀왔다. 차로 이동했으며, 운전대는 내가 잡았다. 때로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운전 했다. 여행 전에 한 달 이상, 매일 하루에 2-3시간 이상 중량 운동을 빡세게 하며 길러둔 체력을 여기에 모두 쏟았다.

 

운전으로 이동하는 데 하루에 총 운전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해두기 위해서 경로를 다음과 같이 계획했다. 조지아 중부에서 출발 -> 잭슨빌 -> 마이애미 -> 마이애미에 머무는 동안 키웨스트 방문 -> 올랜도 -> 복귀 (조지아 중부)

 

첫날 새벽, 잭슨빌(Jacksonville)로 향했다. 잭슨빌에서는 하룻밤만 머물 예정이라 허름한 모텔에 숙박했다. 모텔 내에서 뭔가 해먹을 환경이 아니었기에 근처에 가볼만한 식당을 찾았다. 멕시칸 음식점(Fresh Mex & Co Tex-Mex Cantina)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구글 리뷰에 보니, 매우 많은 사람이 리뷰를 긍정적으로 남겨두었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식당을 들어가니 저녁 식사를 하며, 맥주 한 잔하던 남미 사람들이 올라(hola)라고 인사하기에 나 또한 하이(hi)라고 하며 들어갔다. 플로리다에 있는 동안 나의 목표는 주로 해산물을 먹는 것이었다. 마침 주문 전, 칠판을 보니 스페셜 음식에 마히마히 타코(mahi mahi taco)가 있기에 이 음식으로 주문했다. 우리나라 말로는 만새기라고 부르는 생선인데, 큼지막 하고 못생긴 생선이다. 사진으로 생선 사진을 검색해보니, 살이 두툼하게 잘 나올 것 같았다. 이 음식점의 슬로건은 신선하고, 인공적인 맛을 뺀 음식이라 하는 데, 정말이다. 미국에서 먹었던 음식 대부분이 (특히 프랜차이즈 식당은 하나 같이 모두) 매우 기름지거나, 미친듯이 짜거나 해서 도저히 먹기 힘든데, 이곳은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신선하고 생선의 풍미도 진하게 느껴졌다. 매우 만족하였다.

멕시칸 음식점에서 스페셜 메뉴 중 마히마히타코를 주문했다.
마히마히 타코, 나초와 소스

둘째 날 부터는 몇 일 간 마이애미에 머물렀다. 마이애미에 이동하여, 숙소 체크인을 하며 확인해보니 그냥 모텔이나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였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렌트해서 살 수 있는 아파트 인데, 이걸 호텔처럼 몇일 간 빌려주는 것이다. 렌트 아파트 처럼 이런 저런 주방 가전이 충분해서 음식을 해먹기 편리했다. 미국에서는 특히 오븐이 있으면, 왠만한 맛있는 음식은 쉽게 해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키웨스트에서 하루 자고 오기에는 그곳에서 할 만한게 딱히 없어보이고, 숙박비 또한 비싸서, 숙소는 마이애미에 두고 차로 다녀오기로 했다.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 까지는 차로 갈 경우, 편도 세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자가용으로 가면 매우 힘들지 않을까? 자가용으로 가는 동안 작은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들, 양 옆에 펼쳐지는 바다에 햇빛이 내리우는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그래서 힘든 것 보다는 여행을 간다는 마음이 한껏 고조되어 신난다. 물론 해가 져서 돌아올 때는 도로도 어둡고 그냥 힘들다. 아무튼 키웨스트에서 찾아본 맛집은 더티피그(The Dirty Pig)였다. 식당이름에 걸맞게 나는 돼지고기 요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종업원 할아버지에게 내가 고르고 싶은 메뉴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그 결과, 장조림 스타일로 돼지고기를 잡아뜯어서 패티(pulled pork)를 미디움으로 굽고, 아메리칸 치즈, 상추, 토마토, 양파링을 넣고, 계란 후라이를 추가하고, 베이컨은 제외한 두 배 크기 햄버거(sandwich)를 주문했다. 음료는 그냥 물을 주라고 해서, 물을 마시고 기다리니 곧 케찹과 마요네즈, 머스터드, 냅킨을 듬뿐 가져다 주었다. 음식은 정말 미친듯이 푸짐하게 나왔다. 감자튀김도 약간 밀가루 같은 걸 묻혀서 튀겨나왔는 데, 몸엔 좋지 않을 것 같지만 혀가 중독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맛이다. 살면서 먹은 감자튀김 중에 가장 맛있었다. 또한 버거를 먹으며, 왜 미국인들이 버거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단박에 이해하였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버거들은 감히 음식이라 부를 수 없지만, 이건 엄연히 음식이다. 먹을 때, 포크와 칼 같은 걸 주지만, 손으로 먹는 게 편해서 들고 우걱우걱 집어먹었다. 그러고 있으니, 종업원 할아버지가 "이거 진짜 양 많지! (That's a big burger!)"하면서 지나간다. 감자튀김 한 조각 안남기고 다 먹고나서, 청구서를 요청하니 이거 다 먹을 줄 몰랐다고 깜짝놀란다.

더티피그 비비큐 버거 두 배 크기 메뉴 (뒤엔 한국 전쟁관련 사진이 액자에 담겨있음)

밤에 숙소에 가면서 코스트코에 들러 먹을 음식들을 좀 사왔다. 체력이 너무 후달려서 술 같은 건 아예 안먹으려고 했다. 플로리다 왔으니 새우를 마음 껏 먹고 싶어서, 코스트코에서 새우를 고르고 관자도 사왔다. 짐을 최소화 하고 남은 건 집에 싸가려고 추가로 식용유와 마늘소금 작은 걸 샀다. 또한 엠티가면 아침에 빠져서는 안되는 라면도 사왔다. 밤에는 먼저 새우 소금구이를 오븐에 하고, 관자를 스테이크 처럼 구워먹었다. 추가로 라면도 끓였는 데, 배가 터져 죽는 줄 알았다. 해산물을 사와서 직접 해먹는 데, 매우 맛있었다.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사먹을 경우 보다 절반 이상은 절약을 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새우 소금 구이와 관자스테이크, 그리고 라면

올랜도로 이동하고 나서는 숙소가 모텔 처럼 허름했기 때문에, 요리는 할 수 없었다. 숙소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1마일(1.6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데, 아마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부를 포함해서 차량 이동 거리 10마일 이내에는 갈만한 음식점이 전무한 듯 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 중에서도 맛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숙소로부터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실버글렌에서 수영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애스터(Astor)에 있는 캐스트어웨이(Castaways Restaurant)에서 밥을 먹었다. 이곳은 처음 갔을 때, 너무 맛있어서 마지막 날에 실버글렌을 한 번 더 가서 수영을 즐기고, 집 반대 방향에 있지만 한 번 더 갔다. 식당은 시골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아무것도 없이 덩그러니 혼자 놓여있다. 키웨스트에서 버거를 먹어보고, 진짜 식당에서 파는 버거는 음식이 맞구나 하는 확신에 여기서도 버거를 주문했다. 이번에도 가장 큰 버거(triple cheeseburger)에 고기는 미디움 레어로 부탁하고, 베이컨을 제외한 모든 토핑을 다 넣어주라고 했다.주문 한 버거가 나왔을 때, 고기에 치즈가 녹아있고, 위에 칼이 꽂혀있길 래, 버거 뚜껑 어디갔나 궁금해 하며 옆을 보니 뚜껑에 피클과 양파, 채소가 올라와있었다. 되도록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뚜껑을 덮은 후, 손으로 집어들고 우걱우걱 먹었다. 이곳도 양이 미친듯이 많다. 쓰는 힘이 많아서 밥이 잘들어가 이번에도 역시 감자튀김하나 안남기고 다 먹었다. 이곳 종업원도 화들짝 놀라며 엄청 배고팠냐고 물어본다. 이곳 감자튀김은 더티피그에 비교하면 약간 평범한 편이었다.

 

캐스트어웨이에서 시킨 트리플 치즈버거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Florida)에 방문했을 때는 한참 돌아다니다가 야밤이 되었을 때, 해리포터 기차 타는 곳 옆에 있는 곳에서 버터비어를 먹었다. 애들도 신나게 노는 이 놀이공원에서 아이디체크 하나 없이 술을 팔리가 없는 데, 역시나 버터비어 따라주는 점원에게 물어보니 알콜이 없는 음료였다. 궁금해서 차가운 버전과 뜨거운 버전 두 가지를 모두 마셔보았는 데, 아인슈패너에서 커피 씁슬 한 맛이 빠진 맛이라고 보면 될듯 하다. 차가운 건, 위에 크림이 올라있어서 그렇다. 당과 지방이 매우 충만한 음료 같은 데, 두 잔 다 마시고 나니, 내 옆구리에 손잡이가 바로 불러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버터비어 주문 전에 줄을 서서, 메뉴판을 보며 어떤 걸 마실지 정했다.
오크 통은 그냥 장식품일 뿐인 듯, 이름만 맥주지 탄산도 안느껴지는 그냥 음료다.
250밀리리터 정도 되는 테이크아웃 잔에 버터비어를 준다. 위에는 크림, 밑은 카페라떼 맛 나는 음료

마지막 날 점심은 올랜도에 있는 맛집을 찾아갔다. 숙소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떨어져있는 데, 월요일에 쉬는 걸 모르고 갔다가 되돌아 온 피그플로이드(Pig Floyds Urban Barbakoa)다. 전날에 구글 리뷰에서 메뉴를 살펴보며 뭘 먹을지 정해갔다. 잡아찢은 돼지고기에 맛들였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풀드포크 타코에 요리용 바나나(plantain) 구운 것,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맥앤치즈(마카로니와 치즈였음, 내 입맛에 매우 느끼해서 제대로 못먹음)를 주문했다. 플로리다 날씨는 항상 여름이기 때문에 12월 29일에도 식당 테라스 같은 곳에서 햇빛을 비껴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달짝지근 하지만 겉을 살짝 구워서 느끼한 맛 같은게 없는 요리용 바나나, 맛있는 소세지와 찢은 돼지고기에 소스를 묻혀 타코에 넣어먹으니 행복했다. 밥먹는 동안 가끔 자동차 폭주족 같은 자들이 굉음을 내며 지나갔지만, 이마저도 여행의 즐거움에 묻혔다.

왼쪽 상단부터 반시계로, 구운 요리용 바나나, 맥앤치즈, 풀드포크 타고와 소세지 그리고 매콤한 소스
피그플로이드 야외 식사하는 자리, 해가 내려쬐는 데 지붕이 막아주어서 상쾌한 느낌만 가득하다.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캐스트어웨이에 들렀다. 지난 번 왔을 땐, 버거를 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해산물 요리를 먹어보기로 했다. 해산물 튀김 요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이 요리는 새우튀김, 대합, 가리비, 생선(피시앤 칩스의 그 생선튀김) 그리고 게 케익(다진 게로 속을 채운 얇은 튀김 소보루 같은 것)을 준다. 사이드로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는 데, 감자튀김과 오늘의 채소 중에 당근을 골랐다. 처음에 음식을 받았을 때, 비주얼은 튀김 옷을 입은 해산물 이것 저것인데, 엄청나게 느끼하고 짜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간이 세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았다. 역시 같은 튀김도 진짜 식당은 맛이 좋다. 이 메뉴는 가격도 센 편(20달러 넘음)인 데, 양도 많아서 먹으면서 배가 터져 죽는 줄 알았다. 밥먹기 전에 수영을 두 시간 반 정도 했지만, 배가 덜 꺼졌는 지, 양이 많아도 너무 많게 느껴져서 결국 감자튀김은 약간 남겨두었다.

해산물 튀김 요리, 보기와 달리 그다지 느끼허거나 간이 세지 않고 입맛에 맞았다.

물론 여행 중에, 이동하는 동안 (총 9일 일정 중에 4일을 하루에 7시간 반에서 10시간 반 운전함) 식사를 해결하려고, 코스트코나 월마트에서 치킨스위스롤, 빵, 일본식 김밥 같은 걸 먹은 경우도 있었다. 올랜도에 있는 동안 숙소 근처에서 멋모르고 사람들 많이 가는 중국식 뷔페나 애플비에 갔다가 후회도 하고, 밤 12시가 넘어서 숙소 근처 피자헛에서 피자와 윙도 사다 먹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근처를 제외하고, 구글 리뷰나 한국어로 작성 한 블로그 맛집 리뷰를 확인하고 간 집의 음식은 모두 맛있었다.

Posted by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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