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2006년에 당일치기, 2012년 2박 3일, 2016년 1박 2일, 그리고 올 해 2박 3일 방문으로 총 4회 방문하였다. 몇 번은 그냥 여행으로 다녀오기도 하였고, 학회 때문에 방문하기도 했지만 갈 때 마다 항상 좋은 기억이 있다.
첫번째 방문 때는 잠시 가서 되돌아 오기 전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분식집 같은 곳에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밀면을 먹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어릴 때라 음식 귀한 줄 모르고, 뭐 먹는지 신경도 안쓰고 그냥 입에 처넣었다.
두번째 방문 때는 부산 출신의 친구와 함께 갔기 때문에 정말 맛있는 음식만 잘 골라서 먹고 왔다. 기억에 남는 음식은 돼지국밥, 꼼장어, 국제시장에서 막장에 찍어 먹고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순대, 정돈된게 아니라 마구 썰려 나온 아나고 회로 총 네 가지다.
세번째 방문 때는 1박 2일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며, 부산대 앞 토스트 집에서 아침, 고깃집에서 점심, 그리고 부산역에서 KTX 시간 전에 본전 돼지국밥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이번엔 부산에 2박 3일 다녀오며 먹은 음식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향후 부산에 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이 기록을 바탕으로 먹을 것을 골라야겠다.
1. 술
작년 8월 코로나 확산이 심해지며, 주로 재택근무를 하게되었다. 몇 주 정도 정도 밤마다 혼술하는 재미로 지냈다. 그러나 재택 근무 빈도가 줄며 그 때 사둔 술을 8개월 정도 안먹게 되었다. 이번에 부산에서 다 마셔버릴 생각으로 챙겼다.
2. 초코파이 하우스
오리온에서 연 매장으로 수원에서 KTX를 기다리며 하나 사서 먹었다. 사이즈는 전주 풍년제과 초코파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오리온 초코파이의 부드러운 마시멜로 식감과 달달한 맛이다. 한 개에 2,500원 하는 오리지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오리지널 초코파이 외에도 다양한 제품이 있고, 음료도 판매한다. 수원역에 있는 매장은 매장이라기보다 가판대에 가깝다.
3. 도시락, 컵라면
바쁜 일정 때문에 둘째 날 새벽에 일어났는데, 호텔 조식 시간을 체크하지 않았던지라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컵라면을 사다먹었다.
4. 호텔 점심
점심 전에 호텔 내 카페에서 파르페 같은 걸 주문해서 먹었다. 한 잔에 5천원인데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나 혼자 먹으려고 주문 했는 데, 수저를 두 개 준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건 한 번에 다 못먹고, 호텔 방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이틀에 걸쳐 먹었다.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집에서 먹던 음식을 제외하고, 정갈하면서 맛있는 음식은 오랜만이다.
5. 호텔 코스
파크 하얏트 부산 연회장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코스 요리에서 나오는 음식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식전 빵이 나와서 버터에 발라 먹었다. 버터가 크림처럼 적당히 녹아있어서 발라먹기 쉬웠다. 오랜만에 설탕이 잔뜩 들어있는 한국식 빵이 아니라 좋았다.
(2) 샐러드가 나왔는데 쫄깃한 치즈가 들어있어 입이 다채로웠다. 물론 새콤한 드레싱도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3) 스테이크가 나와서 오랜만에 칼질을 했다. 나이프는 오른쪽에 두는 것이 정석이지만 나는 왼쪽에 나이프를 전부 몰아두었다. 오른손으로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둔 후, 왼손으로 칼질한 다음에 썰리자 마자 바로 입으로 가져가서 속전속결로 고기를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고기가 기름졌으면 했지만 생각보다 담백했다.
(4) 디저트로 젤리 같은 게 나왔다.
(5) 최종으로 카모마일을 한잔하고 나왔다.
물론 식사 중간 중간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가 너무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았지만, 마실 때 마다 향이 코에 은은히 베어들어서 오랜만에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6. 회
코스를 먹으면서 계속 해서 들었 던 생각은, 정말 얼큰한 국물 한 사발 들이키고 싶다는 것이었다. 방에서 곧바로 회와 국물을 시켰다. 아나고 회가 기억이 안나서 그냥 회를 주문했다.
술과 함께 먹었더니 안주가 부족해서 라면을 끓였다.
작년 8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봉인을 풀고 마셨다. 네 명이서 술을 마시며 부족해서 두 차례 정도 더 편의점에서 술을 추가해야 했다. 그래봤자 소주 서너 병 정도에 맥주 20캔 정도였다. 내 생각보다 1.5배 정도 사두는 것이 안정적인 듯 하다.
7. 호텔 조식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조식을 먹었다. 정갈하며 깔끔한 맛이다.
8. 스타벅스
KTX 시간이 몇 시간 남아서 스타벅스에서 자바칩을 시켜먹었다.
9. 돼지국밥
2016년에 먹었던 돼지국밥이 너무 기억에 남아서 이번에도 갔다. 혹시 해서 택시 기사께 돼지 국밥 추천하는 집을 여쭈었는데, 지난 번 방문했던 곳과 동일한 집을 추천해주었다. 지난 번엔 토요일 점심시간 줄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이번엔 평일이라 그런지 줄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도 지하에 내려가서 먹었다. 지난 번 방문 때는 들어가자 마자 진한 돼지 국물 냄새가 올라왔는 데, 이번엔 전혀 그런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맛 또한 지난 번 방문 때 보다 약간 진한 맛이 덜 느껴졌다. 물론 전날 밤에 평소 안마시던 술을 듬뿍 마시고 와서 코랑 혀가 좀 마비 된 걸 수도 있다.
기본 상은 역시 아삭하게 무친 부추, 배추김치, 양파와 자라면서 캡사이신 합성을 잊은 고추, 그리고 새우젓 등이다.
돼지국밥을 시키면 아래와 같이 희끄무리하긴 하지만 비교적 맑은 국물로 나온다. 수도권 돼지국밥집에서는 맛보기 힘든 진한 국물 맛이다.
나의 돼지국밥 말아먹는 방식은, 먼저 국물이 뜨거울 때 상에 나온 부추 무침 같은 걸 최대한 때려넣는다. 그리고, 새우젓을 넣어준다. 새우도 뜨거운 국물에 익게 된다. 그 다음 다대기도 넣어서 색깔도 붉게 내준다. 공기밥도 국물에 넣어서 국 따로 밥 따로 먹는 불편함 없이, 한숫갈에 1타쌍피로 먹는다.
부산 인구 340만이 넘는 대도시라고만 생각하면, 부산이 왜 관광도시인지 실감하기 힘들 수 있다. 다음 번 포스트는 부산에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하이킹하기 좋은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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