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3 - [소소한 일상. 다요리.] - 2021년 부산 다녀오며 먹은 음식에서 이어짐 (사진은 클릭하면 모두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음)
부산이 왜 관광도시로 유명한지 실감하지 못했다. 음식이야 당연히 맛난 것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과연 여기서 내가 즐길만한 게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점심 식사 후 오후에 약 서너시간 정도 짬이 나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자전거나 스쿠터를 렌트하고자 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빌리려니 모두 시간이 안맞아서, 그냥 몸으로 때우기로 작정했다. 숙소는 해운대 근처였는데, 송정해수욕장 근처에 하이킹 코스가 있다는 걸 알아내서 거길 가기로 했다. 운동도 할 겸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열심히 걷기로 했다.
내가 다녀온 코스를 목록으로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숙소에서 출발
2. 동백섬을 한 바퀴 돌기
3. 해운대 해수욕장 지나기
4. 미포
5. 그린레일 웨이 (또는 미포 철길이라 불리기도 하는 듯 함)
6. 청사포 다릿돌
7. 송정해수욕장
이 코스는 갈맷길이라 불리는 코스 중에서 2번 코스 일부에서 시작하여 1번 코스 일부를 지난다. 내가 걸었던 코스를 지도에서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총 길이가 16 킬로미터 정도다. 지도에서 왼쪽 해운대에서 시작하여 송정해수욕장을 찍고 오는데,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3 시간 정도가 걸렸다. 운동화를 제대로 안맸더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서 이틀 정도 제대로 못걸었다.
이제 위에서 나열한 코스 목록에 따라 풍경 사진을 보며 어떤 경치가 펼쳐지나 알아보겠다. 안타깝지만, 사진은 직접 풍경을 보았을 때 느낄 감동의 십분의 일도 못 준다. 이 코스를 지나면 이런 걸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요약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이날 마침 해가 밝고 좋았기 때문에 부산의 자연 풍경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1. 숙소에서 출발
숙소 근처는 바람이 꽤 세개 불었다. 모자를 쓰고, 그 위에 헤드폰을 써서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했다. 이 곳이 바람이 분다 싶은 때는 인정사정 없는 곳 같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향해 걷다보면 동백섬이 보인다.
2. 동백섬을 한 바퀴 돌기
이름은 동백섬이지만 퇴적작용으로 한쪽이 육지에 붙어서, 가보면 반도형태다. 산책길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왠지 주변 주민들이 운동 삼아 많이 찾을 것 같다.
3. 해운대 해수욕장 지나기
해운대 해수욕장은 아직 철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미군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녀 20 여명 정도가 비치발리볼 즐기는 정도 보았을 뿐이다. 이들은 코로나 백신을 미리 맞았는지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름다운 모래사장 위에는 왠 포크레인이 이리저리 모래를 퍼 옮기는 게 보였다. 어린이날 맞이하여 공룡모래 축제를 준비 중이었다. 물론 이곳을 지나면 랜드마크인 엘시티 또한 눈에 띈다. 해양 레포츠를 즐기다가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곳으로 최고가 아닌가 싶다. 모래사장의 풍경과 바다를 함께 즐기려면 한 중간층 정도에 살면 참 좋을 것 같다.
4. 미포
미포에는 식당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아마 회를 파는 곳들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 다 텅텅 비었고, 오로지 몇몇 카페만 사람들이 많이 들어차있다. 홀로 지나가는 나를 보며 호객을 하는 분들을 보니, 코로나 때문에 다들 고생하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평일 대낮에 밥때도 아니라 사람이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미포길을 쭉 따라가다보면 길이 끊겨 있다. 그런데 산쪽을 보니 레일 위에 해변열차, 스카이캡슐이 달리고, 그 아래쪽 나무 데크로 된 길에 사람들이 다니길래 언덕 샛길을 따라 발걸음을 위로 옮겼다.
5. 그린레일 웨이 (또는 미포 철길 불리기도 하는 듯 함)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는 걸어서 갈 수 있다. 물론 해운대블루라인파크를 검색하여 해변열차나 스카이캡슐을 타고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몸이 힘들지 않으면 뭔가를 하는 느낌이 안들어서 무조건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가는 길은 나무 데크로 상당히 잘 짜여있다. 지역 주민들의 운동을 위한 산책코스기도 하고,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감상하며 지날 수 있게도 한다. 또한 지나는 길 근처마다 카페가 많다. 카페에서 차나 커피 한 잔 하며 바다를 보면 너무 황홀할 듯 하다. 부산시보에 따르면 이 나무 데크 길은 10년에 걸쳐 1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완성시켰다고 한다. 길이 튼튼하게 설치되어 있고, 관리도 잘 되고 있는 듯 하다.
해변열차는 평균시속 15킬로미터로 이동하고, 스카이캡슐은 평균시속 4킬로미터로 이동한다고 한다. 열차는 대중교통의 느낌이 나고, 스카이캡슐은 좀 더 개인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빠르게 이동할 이유가 없다면, 되도록 주변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스카이캡슐이 더 나을듯 하다.
6. 청사포 다릿돌
나무 데크로 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은 바다로부터 20미터 높이 위에 만들어진 전망대인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전망대 바닥이 유리로 되어 아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부 다 유리로 된 건 아니다. 그래서 크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 입장료는 무료고, 들어갈 때, 신발 위에 덧신 같은 것을 신어야 한다. 입장하며 손 등이나 팔목에 도장 같은 걸 기념으로 찍을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아름답고, 내가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지 아닌지 확인도 해볼 수 있다.
7. 송정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을 오니 철길도 끊겨 있다. 해변에서 놀 시간은 없어서 목표한 대로 이곳 까지 왔다는 것에 만족하며 바로 발길을 돌렸다. 오는 길은 나름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갔지만, 저녁 시간에 늦으면 안되어서 돌아오는 길은 경보로 걸어왔다.
총 16.79 km 거리를 3시간 16분 동안 이동하였다. 부산이 국내에서 둘째로 큰 도시라는 점 때문에, 도시면 왠지 삭막할 것 같다는 생각이 컸지만 바다와 붙어 있어서 인지, 해 좋은 날 자연을 마음 껏 감상하고 왔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가 터져서 한 동안 실내에서도 양말을 신지 않으면 못걸었는 데, 지금은 이것도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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