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열린 ICML 학회에 다녀오며 먹었던 음식에 관해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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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해외에 다녀온 이후 서양 음식이 미친듯이 입맛에 안맞는 걸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점점 입맛이 극대로 한국화가 되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해외 가는 걸 매우 싫어하지만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에서는 흥미로운게 많기 때문에 안갈 수 없다(가능한 한 관련있는 모든 학회 가고 싶지만...).
이번 여름에는 시드니에서 열리는 ICML 2017에 다녀왔다.
논문 발표 없이 최신 연구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다녀온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관광도시라 그런지 사람들도 친절하고 날씨도 매우 좋았기 때문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어딘가를 가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식에 관해 되새겨 보고자 한다.
시간 순으로, 사진으로 남겨둔 음식만 다시 생각해본다.
[사진 1. 시드니가는 대한항공 편에서 먹은 기내식]
해외는 세 번 밖에 안가봤기 때문에 총 먹은 기내식은 왕복하며 4끼, 거기에 세번 곱하면 총 12끼를 비행기에서 먹었다.
음식은 보통 3개 중에 하나를 고르는 시스템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대한항공, 에어캐나다, 아시아나 세 곳 모두 비슷했다.
다만 에어캐나다는 특이하게 한국식 음식을 고르면 서양식으로 어레인지된 것 같은 음식이 나온다. 예를 들어 비빔밥에 칠리소스인지 뭔지 이상한 소스가 고추장 대신에 나왔던 것 같다.
사진 1의 기내식은 고기가 뭔지 기억이 안나는데 평소 먹어보지 못한 이질적인 음식이었다.
소스가 기름져서 그런 느낌이지 않았나 싶다.
저 위에서 가장 괜찮았던 음식은 조각 케익 처럼 생긴 것이었다.
돌아올 때도 첫끼는 실수로 서양식 음식을 골랐는데 두번째 음식은 한국식 음식을 골라서 잘먹고 왔다.
[사진 2. 시드니에서 먹은 첫끼. 동양식 음식점에서]
지도교수님, 박사과정 동료와 함께 셋이서 음식점을 고르려는데 다행히 동양식을 먹기로 했다.
음식점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옐프에서 대충 평점을 보고 입장했던 기억이 난다.
해외에서 식당을 고를 땐 옐프 어플이 참 편리하다. 다만 현지인의 입맛과 내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별점은 믿을만 하지 않은 것 같고, 서비스 부분의 리뷰만 참고하면 될 듯하다.
음식은 사진에서와 같이 오리인지 닭인지와 함께 먹는 볶음밥, 채소를 주로 한 밥, 그리고 돼지고기 부속 재료들이 주로 들어간 면 요리였다(다시 생각해보니 소고기 부속인듯).
세 가지 음식을 선택해서 세 명이 함께 먹었다.
작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타이음식점에서 볶음밥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데 이곳 볶음밥도 괜찮았다.
볶음밥과 면요리를 내가 선택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볶음밥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밥, 고기 둘 다 만족스러웠다.
다만 시드니에서 밥을 먹고 나올 때 주의할 점이 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식당 대부분이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음식값은 현금으로 결제했다. 또한 호주는 팁문화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참고해서 팁은 없이 계산하고 나왔다.
[사진 3. 이틀 연속 간 Ajisen Ramen]
[사진 4. 이틀 연속 Ajisen Ramen에서 먹은 tokusen ramen. 우리말로 특선 라면]
둘째 날 점심은 구멍가게 처럼 작은 파이집, 스시집에서 먹고 후회를 했기에 셋째 날은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숙소에서 내려와 학회 가는 길에 바로 보이던 라면집이다.
일본식 라면을 표방하지만 아무리봐도 중국인 케릭터인 점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이게 이 나라 사람들이 아시아 음식인 라면을 바라보는 관점인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메뉴판을 보다 이것 저것 풍부하게 들어간 라면을 먹고자 토쿠센 라면을 골랐다.
같이 식사한 박사과정도 이 것을 골랐다.
사진처럼 계란이 들어갔고, 닭고기 튀긴 것, 돼지고기 찐 것, 돼지고기를 간장에 졸인 것 같은 게 들어있다.
옐프에서 보면 별점이 5점 만점에 2점 밖에 안되고 인스턴트 라면 맛이라고 악평 일색이지만, 입맛에 맞아서 이틀 연속 이 집을 갔다.
국물 첫숫갈은 괜찮은데 먹으면 먹을 수록 간장에 졸인 고기에서 흘러나온 간장이 국물을 짜게 하는 것 같았다.
당시에 먹으면서 간이 약한 고기 먼저 먹고, 짠 것은 나중에 먹는 순서로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국물을 덜 짜게 만드려면 역순으로 먹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오랜기간 이 음식을 먹으면 고혈압, 고지혈증이 올 것 같은 맛이었다.
[그림 5. 마지막 저녁은 중식당에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드니에 있는 음식점 대부분이 카드를 안받기 때문에 여기 저기 헤매다 찾은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참고로 여기서도 카드로 계산할 때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는 점을 강조했다(시드니는 왜 이리 카드를 안받으려 하는지 궁금하다).
중식은 밥, 면, 고기 세 종류를 주문해서 먹는 것이 좋다고 해서 위와 같이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볶음밥 매니아기 때문에 볶음밥을 고르는 데 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음식 고를 때 1분 고민해서 골라도, 10분 고민해서 골라도 맛은 항상 같다는 신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선택했다.
세 음식 모두 괜찮았다. 다만 볶음밥에 한국에서 먹던 소시지 비슷한 질낮은 햄같은 게 들어있어서 약간 의외였고, 실망스러웠다.
고기도 색깔 처럼 한국 냉동 떡갈비 같았던 것 같다.
시드니에서 몇 일간 총 네 끼 정도를 식당에서 사먹었는데, 해외에서 뭔가를 사먹으면 항상 그냥 참고 먹는다는 점 치고는 먹을만한 음식을 먹은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카드 결제를 안해주는 식당이 많아서 음식점 고르기 정말 힘든데 다음에는 미리 현금을 좀 더 뽑아서 가야겠다.
먹었던 음식과는 별개로 도시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 꼭 여기서 직업을 얻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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