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9 - [소소한 일상. 다요리.] - 2018년 여름 하와이 출장과 여행 - 넷째날, 쿠히오 해변 훌라 공연에 이어 다섯째 날 아침이 되어 학회로 향했다. 오늘은 함께온 연구실 동료의 발표날이다. 발표 연습을 도와주고, 학회장으로 향했다. 연구실 동료의 발표는 오전에 있기 때문에 학회장에서 발표가 끝나면 점심을 먹고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헤드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화산 활동으로 생긴 분화구였다. 아무튼 학회장에 가서 세션 시작을 기다렸다. 함께 간 동료는 중국인 유학생인데, 편안하게 발표를 잘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연구자들의 발표도 주의 깊게 보며 이런 기술을 저기에 적용할 수 있구나, 그리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많다라는 걸 느꼈다. 발표가 끝난 후 1층 행사장에서 여러 즐길거리를 구경하며 내 이름도 남기고 선물도 받아왔다. 하와이에서 하는 학회 답게 선글라스와 스포츠 타월 같은 걸 나누어 주길래 냉큼 받아왔다. 여기 올 때 내 선글라스를 챙겨왔지만 그냥 기념으로 챙겨왔다.



[사진 1. 학회의 전통, 각자 남기고픈 말을 쓰고 떠난다.]




[사진 2. 나도 어제 배운 그대로 알로하라고 인사를 남겼다.]


작년에 제주에 이어 하와이에서 하는 이 학회는 재미있게도 포토존 뒷판에 남기고픈 말을 써둘 수 있다. 다양한 언어로 각자 뭐라 써놓았는지는 잘 몰라도 자신이 다녀간다는 인사를 남겼을 것이다. 나도 어제 훌라 공연에서 배운대로 알로하라고 남기고 왔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즐거운 일이 많지만 가장 행복한 일은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학회에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3. 다이아몬드 헤드로 가는 버스 뒷좌석에 앉아]



[사진 4. 잭이 상자안에 들어있다는 햄버거 집. 할머니 뼈해장국 미국판 ㄷㄷㄷ]


이날도 구글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열고 버스를 잡아탔다. 다이아몬드 헤드로 가는 길, 다행히 버스에서 편히 앉아갈 수 있었다. 차를 렌트해서 운전대 잡고 있었으면 주의깊게 볼 수 없는 여러 풍경을 감상하며 갔다. 1층 또는 2층으로 지어진 집들과 넓은 운동장이 하늘과 더 멀게 만들어 뻥 뚫린 마음이 들게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 사이에선 느끼지 못하는 그런 시원함이었다. 호놀룰루 해변 가까운 곳 아파트들은 10억 정도 한다던데, 그곳에서 차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주택들은 얼마인지 검색해볼 참이다. 여기서 직업을 구해 살면 행복하겠다는 상상을 많이 했다.



[사진 5. 버스에서 내리면 꽤 걸어야 한다.]




[사진 6. 다이아몬드 헤드라고 알리는 간판]




[사진 7. 다이아몬드 헤드 가는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


목적지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다. 내비게이션을 켜놓고 차를 몰아도 길을 잘못가는 나답게, 목적지에 거의 도착하고도 구글 지도 켜놓고 이리가야하나 저리가야 하나 서성거렸다. 이럴 때 해법은 일단 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는 것이다. ㅎㅎ 역시나 사람들 가는 곳을 따라가니 다이아몬드 헤드를 향하는 간판이 보였다. 


풍경이 아름답다보니 나 뿐 아니라 사람들 모두 하나 같이 걷다 말고 자꾸만 멈춘다. 나와 이들 모두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고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어릴 때 부터 아빠를 닮아 무지 빠른 걸음으로 걷는게 습관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천천히 걷는게 이득이다. 함께 간 연구실 동료와는 돌아가며 서로 잠깐 멈춰서 사진 찍고 가자고는 하였다.



[사진 8. 다이아몬드 헤드 가는 길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9. 저 산이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걸까?]




[사진 10. 맑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멈출 수 밖에 없다.]




[사진 11. 입구로 들어가기 전에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고 간다.]




[사진 12. 저 앞에 보이는 짧은 터널이 다이아몬드 헤드를 관통하는 길이다.]




[사진 13. 터널로 들어가기 전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가 많다.]


전날 갔던 코코헤드와 달리 이곳은 분화구 안으로 관통하여 들어가는 터널이 있다. 터널 안은 매우 어두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터널 조명을 아낌없이 쓰는 것과 달리 어두웠다. 국토종주 남한강 자전거 길에 있던 터널 정도 밝기였던 것 같다. 선글라스를 쓰고 가면 밤처럼 어둡다. 터널 한 쪽에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인도가 있다. 하지만 좁기 때문에 마주오는 사람이 있으면 아슬아슬 피해갔다.



[사진 14. 다이아몬드 헤드로 향하는 터널, 인도가 좁은 편이다.]




[사진 15. 터널을 통과해서 꽤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터널을 통과하면 맑은 하늘이 반기는데, 터널을 어둡게 해놓은 건 일부러 이런 극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었다. 배낭에 챙겨온 2리터 짜리 생수 통이 거의 비었기에 화장실 옆 급수대에서 물을 채워 정상으로 향했다.



[사진 16. 파인애플로 된 뭔가를 팔기에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사진 17. 다이아몬드 헤드에 오르는 길]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잠시 콘크리트로 잘 다져져 있다. 길이 하나만 있기 때문에 이곳만 쭉 따라가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물론 내려올 때도 이길로 내려온다. 이날 미군 몇이 이곳에서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콘크리트로 된 잘 정리된 길은 초입 뿐이고, 산을 오르면 곧 바위로 된 길인데, 이곳을 뛰어내려 오다니. 체력도 좋지.



[사진 18. 도저히 살아있다는 생각이 안드는 나무가 베베꼬이며 자라나 있다.]




[사진 19.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다이아몬드 헤드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행렬]


맑은 햇빛을 맞으며 산을 올랐다. 오르는 길이 정리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바위를 밟아가며 걸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쪼리를 신고 오르고, 샌들을 신고 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걷기 매우 불편해보였다. 역시 운동화 신고 오길 잘했지라고 생각하며 올랐다. 오르는 와중에 사람들 통행이 방해가 되지 않을 만한 곳에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어가며 올랐다. 전날 코코헤드를 올랐다 이곳을 오르니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웠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힘든지 쉬었다 가려고 바위에 걸터앉아 있다. 심지어 어떤 코카시안 아주머니는 얼굴이 벌게져서 여기서 포기하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하소연하고,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얼굴에 부채질하고 있었다.



[사진 20. 다이아몬드 헤드를 오르며 볼 수 있는 분화구 내 풍경과 바다쪽 풍경]




[사진 21. 왠지 거대한 발톱으로 할퀸듯한 모양으로 계곡이 생겨있다.]




[사진 22. 정상에 올라 오른쪽으로 향해 한 명씩 오를 수 있는 계단]




[사진 23. 계단이 매우 가파르다. 오르느라 힘이 많이 빠졌어도 뒷 사람들 때문에 멈출 순 없다.]


정상에 거의 오르면 마지막으로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계단 길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동굴 같은 곳을 통해 철계단을 통과하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답답한 이곳을 통과해 가지 않으려면 왼쪽으로 가면 된다.


정상에 오르면 탁트인 풍경에 바다가 보인다. 이 아름다운 곳에 내가 와있을 수 있다니.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 아마 미국인이나 캐나다인 같아 보이는 아주머니는 "내가 여기에 와있다니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며 거의 울듯한 모습으로 감격해서 가족들에게 감상을 뱉어냈다.



[사진 24. 정상에 오르며 흘렸던 땀을 산들거리는 바람과 풍경이 말려준다.]




[사진 25. 아름다운 풍경]




[사진 26. 내가 묵는 숙소가 보이는 듯 하다.]


정상에 오르면 풍경도 아름답지만,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감상을 자기 나라 말로 뱉어내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한국인들도 많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한국어로 가이드를 하는데, 신혼여행을 오는 사람은 반드시 이곳을 올라야 한다고 한다. 나도 역시 그 말에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간다는 사람들을 이전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이곳으로 가야 한다. 최소 1년에 한 번 씩은 이곳에 올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매년 신혼 여행으로 말고 ㅋㅋ



[사진 27. 분화구 전경을 최대한 담아보려 노력했다.]




[사진 28.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본 호놀룰루 방향]




[사진 29. 멀리서 파도가 치는데,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느낌이다.]


이 곳 정상은 전날 오른 코코헤드와 달리 내가 묵었던 호놀룰루가 정확히 보여서 더 아름답게 느꼈다. 호놀룰루 방향을 보면, 해변이 전부 다 보이기 때문에, 해안선과 파도가 서서히 밀려오는 모습, 적당히 지어진 호텔들, 그리고 대부분의 푸른 녹지가 눈을 반긴다.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에도 왠지 2차 대전에 초소로 쓰였는지, 오래되어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분명 무너질 수 있으니 올라가지 말라고 되어 있지만, 20대 쯤으로 보이는 일본인 남자애들이 올라가서 한참 신나게 노는 걸 보니 불안했다. 그 이후 곧바로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백인 여자들 무리가 단체로 올라가 셀카 영상을 춤을 추며 찍기 시작했다. 올라가기도 어려워 보이는 곳인데, 곧 무너질듯 무서워서 자리를 피했다. 관광지 트롤링은 전세계 공통이라는 걸 느꼈다.



[사진 30. 저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지 싫지만, 돌아가기 싫지만, 한편 볼만큼 보았으니 이제 돌아가야지 하며 길 따라 내려갔다. 지금 돌이켜보니 영상도 많이 찍어오고, 사진도 더 많이 남길 껄 아쉽다. 돌아오니 밥 시간이 되어 또 알라모아나 센터에서 대충 때웠다. 일찍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훌라쇼도 볼 수 있었다. 전날 보았던 훌라쇼에 비해서 이곳의 훌라쇼는 그냥 그랬다. 여자 무용수들만으로 이루어져, 어느 정도 훌라쇼에 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충족시켜주는 그런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31. 알라모아나 센터에서 점심 시간 20분 정도하는 훌라쇼]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러 책을 챙겨서 나왔다. 함께간 중국인 유학생 동료와 다음날 하나우마 만에서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는데, 동료는 수영을 해본다며 장비를 챙겨 알라모아나 해변으로 갔다. 나 또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수영이라는 건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전날 부터 틈틈히 유투브를 보며 머릿속에 어떻게 할지 그려보았기 때문에 별 걱정 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의 없고, 대책 없는 행동이지만 지금 별 일 없이 살아 있다. 아무튼 난 반스앤노블에서 산 톰 클랜시의 레인보우 식스를 들고 갔다. 해변용 타월을 살까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돈이 아깝고, 또 햇볕에 몸이 타는게 걱정되어 그냥 근처 돌로 된 탁자에 앉아 책이나 읽었다. 초반 긴장감 있고, 밀도 있는 전개에 열중해서 읽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 정도 흘렀다. 동료도 수영 연습을 마쳤는지 다시 숙소로 복귀하자길래 주변을 느릿하게 걸어 돌아왔다.



[사진 32. 알라모아나 해변 가는 길에 조성된 공원]


수영을 혼자 연습한 동료는 물에 온몸을 담구는 게 너무 공포스럽다며, 자신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어릴 때 자전거도 누가 알려줘서 탄 게 아니고, 20대 중후반에 처음 시작한 스노우보드도 누가 알려줘서 익힌게 아닌데 신나게 잘 타고 있기 때문에, 수영도 뭐 비슷하겠지 이런 생각으로 나는 내일 연습해야지 하며 숙소에서 유투브 수영 강좌나 다시 찾아 보았다.


다음날 일찍 출발하기로 했지만 밤 동안 설레서 좀 늦게 잠들었다.

Posted by 도전하는 공돌이pooh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