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마친 뒤 포닥 생활을 거쳐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실전 환경에 맞닥뜨렸다. 연구실에서 설계하고 검증했던 모델들이 현실의 제약과 복잡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마주하며, 나 역시 점차 실전 중심의 관점으로 스스로를 재구성해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 시점에서 Chip Huyen의 머신러닝 시스템 설계를 읽었다.

기존에 머신러닝 모델의 성능 향상이나 알고리즘 개선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AI를 하나의 구성 요소로 삼아 어떻게 시스템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단순한 모델 학습과 평가를 넘어, 데이터 수집부터 배포, 모니터링, 유지보수까지 머신러닝이 현실 세계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 과정을 다룬다. 특히 AI 기술이 최종 사용자에게 가까이 다가온 최근 상황에서, AI 시스템 설계자가 인간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측면들을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기술서를 넘어선다. 연구자에서 AI 시스템 설계자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방향을 제시하는 안내서이자, AI 기술이 실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용적 로드맵이다. 나에게는 박사 이후 실전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이론 중심에서 실전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AI를 단일 기술이 아니라 현실과 맞물려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 전체로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확신한다.

작년부터 틈틈히 읽어오며, 중간 중간 풋노트의 링크도 따라가며 읽어오니 총 18시간이 걸렸다.

Posted by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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