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읽은 동기
올해 초에 "세이노의 가르침"이 한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사다 읽었다. 종이책을 정말 오랜만에 사다 읽는 데, 그간 종이책 품질이 많이 좋아졌나 보다. 누군가 책 읽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었다. 책 윗면이나 아랫면을 확인해본다. 그러면 읽고 난 페이지에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무리 읽어도 어느 페이지를 열어보았나 티가 안난다. '이 정도로 책을 잘 만들어!?' 그래서 이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이 또 뭐가 있나 관심이 생겼다. 출판사 블로그를 뒤져보니, 공지에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라는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안내가 있다. 서평단 모집엔 별 관심이 안가고, 제목에 먼저 끌리고 글쓴이에 끌렸다. 내가 과연 감당 가능할까 싶은 양의 일이 밀려올 때, 거기에 압도 되어서 보낸 고통의 시간도 떠오르고, 제목처럼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몸이 부숴져라 일을 물리쳐 나가다 정말 몸이 아파버리게 되는 그런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글쓴이가 간호사로서 쓴 책이기에, 과거에 나와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기억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2. 소감
책의 초반부는 아마도 저자가 근무하는 동안 남긴 메모들을 모아서 만든 것 같다. 누군가가 특정될 수 있는 내용을 걸러내고 글을 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요새 나의 상상력이나 은유를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글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몇 있었다(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를 좀 읽어야 할 것 같음). 하지만 간호사가 근무 환경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의사가 간호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에피소드,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간호사를 대하는 에피소드들로부터 말이다.
책 중반부 이후부터는 짤막한 메모 형태의 글이 아니다. 그래서 점차 책에 몰입하게 되었다. 또한 글쓴이가 힘이 들 때마다 위로받는 방식이 나와 비슷하다는 점을 보며 왠지 모르게 내가 다시 위로받는 느낌을 받는다. 편의점에서 소소하게 매번 같은 걸 고르게 되는 모습도 그렇고 알코올로 위로받는 모습들, 공감할 수 있는 동료들과의 근무지를 벗어난 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렇다.
후반부 서술을 보면 글쓴이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는 중이다. 한국과 다른 환경에서는 이곳과 다른 힘듦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용기 내 경험을 책으로 공유하고, 나 말고 다른 독자들에게 위로를 해주었을 글쓴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3. 마무리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없어서 구매 신청하고 받아 읽었다.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라는 책을 검색하면 가토 다이조의 책이 나오는데 내가 읽은 책의 저자는 "김채리"이다. 책들이 부제가 달려 있는데 이 책의 전체 제목은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어느 간호사의 고생일지"이다.
이 책을 인쇄한 데이원의 블로그에 카드 뉴스 카테고리에 가보면 읽고 싶은 책이 또 하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알고 싶기에 이 다음은 "뇌 속 코끼리"라는 책을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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