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놓고 들어가서 몸 좀 녹이며 유튜브로 뭘 볼까 뒤적이다가 과학과 사람들에 유시민이 출연한 것을 보았다.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출연자와 진행자의 대담에서, 평소 과학 소식이나 지식을 풀어 설명해 주는 진행자들이 인문학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말하면, 되려 인문학을 자신의 배경으로 삼아 살아갔을 유시민이 인문학을 무지막지하게 까버리는 것이었다. 그의 관점들에 동의하며, 그의 사고가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일까 궁금해하며 지나갔다. 무려 세 시간 가까운 영상이었지만 한숨도 끊지 않고 몰입하여 재미있게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최근 그가 새로운 책을 냈다. 바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부제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이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목차를 살펴보니 다양한 과학 분야가 나열되어 있어서 그냥 유시민 작가께서 읽어온 책들의 내용 정리 정도로만 된 건가 하는 생각에 손이 안 가다가, 작가 책의 독자들이 후기를 읽고 나 또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았다.

이 책은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과학으로 알려진 사실의 단순 나열이 아니다. 소위 근거 없는 생각으로 망상을 통해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지 않게 도와주는 책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올바른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 이를 근거 없는 망상이나 미신에 의존하면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책 후반부에 서술한 것처럼, 열역학법칙에 따라 영구기관이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을 알면 그런 걸 만드는 데 쓸데없는 자원 낭비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 같은 것이다. 이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이런 자잘한 예시뿐 아니라, 다양한 과학적 사실들로부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사고할 수 있는 사고방식 또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 내 사고방식과 인생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만큼의 재미와 흥분을 주는 책이었다. 이미 베스트 셀러에 올라온 이 책이 앞으로도 오랜 기간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바란다.

Posted by 공돌이p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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